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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물궤

  • 제주4·3유적지 안내판이 없는 곳
  • 인근 주민들의 은신처이자, 학살터
  • 숲길 따라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굴

<4·3유적지 시민 안내판>

사리물궤는 남원읍 충혼묘지에서 남쪽으로 약 1.3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사리물 근처에 있는 동굴이라고 하여 사리물궤라는 이름이 붙었다.

1948년 11월 7일, 이웃 의귀리, 한남리와 더불어 수망리도 대부분의 가옥이 불탔다. 예고없이 들이닥친 토벌대에 마을이 전소되자 주민들은 인근 야산에 움막을 짓거나 궤를 찾아 힘겨운 은신생활을 했다. 하천변에 있는 이곳 사리물궤는 마을에서 비교적 가깝고 주변에 크고 작은 궤가 산재해 있어 주민들이 숨어들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수망주민들은 마을이 초토화된 이후 인근 야산이나 굴에 은신했다 토벌대에 발각돼 학살되는 일도 많았다. 그 대표적인 장소로 사리물궤가 있다. 물영아리오름 인근에 피신했던 주민들도 큰 희생을 치렀다.

토벌대는 1948년 11월 28일, 남원리가 무장대에 피습을 당해 많은 민간인이 살해되자 남원 산간을 대대적으로 수색하기 시작했다.

남원, 위미리 피습에 대한 토벌대의 보복은 피습 당일부터 즉각 이뤄졌다. 토벌대는 수망리에서 소개와 살고 있던 현창휴(41)를 중산간마을 주민이라는 이유로 총살했다. 피습 다음날인 11월 29일, 토벌대는 남원리 민보단원을 동원해 직접 수망리를 덮쳤다. 그러나 토벌대는 무장대를 찾지 못했다. 일반 주민들도 마을에서 볼 수가 없었다. 이미 11월 7일 토벌대의 학살, 방화와 이후 계속된 토벌로 혼이 나간 주민들은 마을 밖 들녘 여기저기에 몸을 피해 있었다.

토벌대는 남아있는 가옥을 모두 불지른 후 마을 부근에서 수색전을 벌였다. 주민들이 숨었던 ‘사리물궤’는 마을에서 불과 2Km 남짓 북쪽의 냇가에 있는 자연굴이다. 굴이라기보다는 겨우 비를 피할 수 있을 만큼 파여진 곳이다. 냇가를 따라 제법 숲이 우거진 곳에 있었지만 중산간이 탁 트인 평원에서 그곳은 금방 눈에 띄었다.

이날 사리물궤에 숨었다가 들켜 희생된 사람은 김명환(67), 김경령(여, 51), 현태평(32), 현승구(26), 김태전(21), 김시봉(19) 등 11명이다. 이때 구사일생한 김재길 씨의 몸에는 그녀가 19살 처녀 시절에 겪었던 그날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수망리는 특히 사리물궤 서쪽, 마흐니오름 일대가 대단위 4·3피난처로 알려져 있다. ‘2020년 4·3유해찾기’ 조사가 마흐니오름 동남쪽 일대에서 실시됐다. 당시 주민들이 숨어살았던 피난터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그뿐, 더 이상의 세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이 지역에는 마흐니숲길이 조성돼 접근성도 좋아졌다. 향후 이 지역은 추가조사가 필요하다.

출처

  • 제민일보4·3취재반( 2000),「4·3은 말한다」⑤

<어디에 있나요?>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남원읍 수망리 산125번지 일대
  • 찾아가려면: 남조로에서 '사리물(사농동산 방면)' 에서 '제주TS 유스호스텔'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하자마자 우측 숲길로 들어갑니다. 노란색 리본 또는 4·3유적지 리본을 따라 약간 경사로를 오르다보면 외쪽 오솔길 아래 나무를 머리에 이고 있는 형태의 반달모양 궤가 나옵니다. * 현재 궤 상단 나무뿌리에 벌집에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민지킴이단이 이곳을 조사 유적지로 선택한 이유>

  • 사리물에는 4·3유적지 안내판이 없습니다. 그나마 위치가 표시된 카카오맵에도 위치가 잘못 잡혀 있고, 유적지 근처에 위치를 안내하는 표시가 없어 안내인의 동행이 아니면 접근이 어렵습니다.
  • 제주다크투어와 4·3유적지 시민지킴이단 2기는 이곳에 4·3유적지 안내판과 방문을 위한 위치 표지가 설치되길 바라며, 자세한 역사적 사실을 담은 시민행동을 진행합니다.

<제주4·3과 사리물>

토벌대가 마을을 모두 불질렀기 때문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사리물궤 부근에 숨었습니다.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다 새벽녘에야 겨우 잠들었는데 곧 요란한 총소리와 아우성치는 소리에 놀라 깨었습니다. 난 급히 나무 위로 올랐으나 함께 오른 김태전이란 사람이 부스럭거리는 바람에 발각됐어요. 군인들이 쏜 총에 왼쪽 팔을 맞고 떨어지자 민보단원들이 창으로 머리와 옆구리, 어깨 등 온몸을 사정없이 찔렀어요. 난 곧 기절했습니다. 그곳에서 죽을 건데 신흥리에 시집간 세 살 위 언니가 소식을 듣고 찾아왔어요. 당시엔 이웃마을도 못갈땐데 목숨을 걸고 날 살리려 달려온 겁니다. 언니에게 의지해 한 발짝씩 움직여 밤 10시가 다 돼서야 신흥리에 도착했습니다. 상처 부위가 곪아 터졌으나 약이 없으니 소금물로 씻어 내는 정도였지요. 지금도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올라치면 고통을 견딜 수 없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이 너무 벅찼지만 어디에 하소연 한 번 못하고 살아온 게 억울합니다.
- 구사일생으로 사리물궤에서 살아 돌아온 김재길(남원읍 수망리)씨의 증언.
「4·3은 말한다」5, 91-92쪽

[동영상] 사리물궤, 수망리


<4·3유적지 시민지킴이단 활동>

  • 2022. 10. 12. 시민지킴이단 2기 4조 1차 사전답사
  • 2022. 10. 23. 시민지킴이단 2기 4조 2차 사전답사
  • 2022. 10.~12. 유적지 자료조사
  • 2022. 12. 15. 시민지킴이단 2기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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