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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다크투어는 제주참여환경연대와 함께 1월15일부터 2주간 신입활동가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제주지역 현안을 살펴보고 그 안에서 제주다크투어가 해나갈 수 있는 활동들을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신 강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제주다크투어 신입활동가 일곱번째, 그리고 2019년 상반기 마지막 교육이 1월 23일 열렸습니다. 이번 교육은 백가윤 제주다크투어 대표님과 함께 제주 4·3 평화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기행 첫 방문지로 제주4·3희생자 위령비를 찾았습니다.
기행 첫 방문지로 제주4·3희생자 위령비를 찾았습니다.

이날 기행은 제주4·3평화공원 방문으로 시작해 선흘 도틀굴, 북촌 너븐숭이, 함덕 서우봉 일제 동굴진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이날 둘러본 곳은 제주다크투어가 진행하고 있는 제주 4·3 첫발 딛기 코스 일정입니다 ^^ 제주 4·3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일정입니다. 7년 7개월 동안 일어난 사건인 4·3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4·3 평화공원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4·3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주다크투어와 제주참여환경연대 활동가 등 7명이 이번 기행에 참여했습니다 ^^
제주다크투어와 제주참여환경연대 활동가 등 7명이 이번 기행에 참여했습니다 ^^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위령비입니다.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활동가들은 4·3 희생자들의 해원을 빌었습니다. 이날 모두 함께 위령탑 뒤편 행방불명인 표석을 차분히 읽어보았습니다.

4·3 희생자분들의 비석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4·3 희생자분들의 비석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최근 불법 군사재판을 받고 육지로 끌려갔다가 돌아오신 18분의 수형인 생존자들이 사실상 판결인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는 좋은 소식도 있었지요.

제주다크투어의 카드뉴스, 4·3 생존 수형자 무죄 판결 짚어보기

[카드뉴스] 4·3 생존 수형자 무죄 판결 짚어보기

70년 전 불법 군사재판으로 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인 생존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명예가 회복되지 못한 많은 4·3 희생자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앞으로 제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4·3특별법 개정, 미국의 책임 있는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더욱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이날 평화공원에는 날씨가 무척 맑아 흰 옷으로 갈아입은 한라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또 이날 따라 유난히 까마귀떼가 많이 보였네요.

백가윤 대표님이 4·3평화공원에서 해설을 진행했어요 :)
백가윤 대표님이 4·3평화공원에서 해설을 진행했어요 :)

이후 실내 상설전시관을 백가윤 대표님의 해설을 들으며 살펴 보았습니다. 상설전시관은 4·3 당시 제주 사람들이 군경 토벌대를 피해 지냈던 동굴 터널을 형상화한 통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어두운 동굴 터널 때문일까요? 입구를 지나는 전시객들의 기분도 숙연해 집니다. 터널을 지나고 나면 백비가 누워있습니다. 아직도 이름을 제대로 짓지 못한 4·3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 이 비(碑)에
제주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4·3평화기념관 입구, 이름을 찾지 못해 아직 세워지지 못한 백비 앞에 멈춰서 있습니다.
4·3평화기념관 입구, 이름을 찾지 못해 아직 세워지지 못한 백비 앞에 멈춰서 있습니다.

전시관 막바지에 이를 수록 울분에 가득 찰 수 밖에 없는데요.

통일된 나라를 꿈꾸며 불의에 저항했던 제주 사람들을 잔혹하게 학살한 토벌대와 서북청년단 같은 극우단체의 행적을 보면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분노를 꾹꾹 눌러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4·3, 제주도민들의 자존감을 지키고 저항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주다크투어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당시 민중들이 꿈꿨던 사회를 머리 속으로 그려봅니다.
당시 민중들이 꿈꿨던 사회를 머리 속으로 그려봅니다.

먹먹한 마음으로 기념관을 나와, 대림동굴을 찾았습니다. 대림동굴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 소재, 길이가 200m에 이르는 동굴이고 천장이 무너진 2개 입구가 있습니다.

​4·3당시 무장대가 사무실로 사용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철조망이 둘러져 있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철조망 너머로 본 이 곳 동굴이 얼마나 깊은지 함께 간 활동가 모두 놀랐니다. 당시에는 나무에 밧줄을 묶어놓고 동굴을 출입했다고 하네요.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메세지를 사진으로 알려내고 계시는 이시우 사진작가님이 이 굴에서 밤을 지새며 사진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동굴에서 밤을 지새웠다... 필사적으로 몸을 비볐다

오마이뉴스 / [사진 촬영 동행기] 볼일도 제대로 못 보는 동굴 사진 작업

이곳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형성과 발달과정을 알려주는 동굴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내판에는 지질학적인 설명만 명시돼 있어 동굴을 처음 찾은 분이라면 제주 4·3과 관련된 곳이라는 것을 알기 힘듭니다.

​선흘리 동백동산 안에 있는 도틀굴로 향했습니다.

선흘 동백동산에 위치한 도틀굴로 향하고 있습니다.
선흘 동백동산에 위치한 도틀굴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기만 한 이 곳에도 4·3의 기억이 있습니다.

동백동산 내 도틀굴은 1948년 11월 21일 선흘리 일대가 토벌대에 의해 초토화된 이후 주민들이 피신해 있던 곳입니다. 기르던 가축과 곡식을 차마 두고 떠날 수 없었던 주민들의 임시 피난처였습니다.

동굴에는 주민 약 25명이 숨어지냈는데요. 하지만 얼마 가지않아 11월 25일 토벌대에 발각이 됐습니다. 이 중 18명은 발각 되자마자 총살당했고, 나머지는 함덕 대대본부로 끌려가 잔혹한 고문을 받았습니다.

도틀굴 앞에서 당시 주민들이 견뎌내야 했을 피난생활을 떠올려봅니다.
도틀굴 앞에서 당시 주민들이 견뎌내야 했을 피난생활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인근 목시물굴에서도 피신해 있던 주민들이 발각돼 40명이 총살되는 등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아픈 학살의 현장이지만 또 동시에 숲은 제주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살려준 고마운 곳이기도 합니다. 몸을 숨길 수 있었던 곳, 생존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제주 4·3 당시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곳. 어디일까요?

바로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입니다. 활동가들은 북촌리 너븐숭이로 마지막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북촌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해방 이후에도 인민위원회를 비롯한 청년회 자치조직이 활발히 움직였습니다.

북촌 너븐숭이를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북촌 너븐숭이를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1948년 12월 16일 무장대에 의해 토벌대 군인 2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에 군인들은 이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마을주민 400여명을 총살하고 마을을 불태웁니다. 제주4·3 당시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가폭력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용서하되, 잊지는 말아야겠지요.

이 때문에 제주다크투어도 탐방객들과 함께 꼭 들르는 곳 중 한 곳입니다.

북촌 너븐숭이 위령비 앞에서 추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북촌 너븐숭이 위령비 앞에서 추념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당시 목숨을 잃은 주민들이 잠들어있는 무덤이 기념관 앞에 있습니다. 무덤에는 추모객들이 당시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장난감과 인형, 과자 등을 두고 가셨습니다.

​이 장난감과 인형이 너무 많아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일대가 어지러워진다고 합니다. 관리사무소 직원분들은 추모객이 두고간 물건들을 어찌 처리해야할지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신답니다.

​이곳에는 소설가 현기영 선생님이 쓰신 소설 <순이삼촌>의 문학비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북촌 대학살 사건을 중심으로 제주4·3을 다룬 첫 소설입니다. 4·3이 전국적으로 알려질 수 있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지요.

<순이삼촌> 문학비 앞에서 해설을 듣고 있습니다.
<순이삼촌> 문학비 앞에서 해설을 듣고 있습니다.

대학살의 아픔과 제주4·3을 세상에 알린 소설 <순이 삼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공존하는 곳이네요.

일주도로에 내몰린 사람들은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걸했다. 군인들은 총구로 찌르고 개머리판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군인들이 이렇게 사람들을 끌고 우리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나면 얼마 없어 일제사격 총소리가 콩 볶듯이 일어나곤 했다. 우익인사 가족들도 넋놓고 엉엉 울고 있었다.
- 소설 <순이삼촌> 중에서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은 서우봉 일제동굴 진지에 들렀습니다. 너븐숭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걸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나 북촌마을 안길은 이렇게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매우 아름다워서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걸어갔습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군에 대항하기 위한 '결7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만든 곳입니다.오름 사면의 해안 절벽을 따라 23기가 조성돼 있습니다. 서우봉을 비롯해, 송악산 등 제주 전역에 일제가 제주를 요새화하려는 계획에 제주 사람들이 동원됐습니다.

서우봉 진지 순례에 동네 강아지 '레이'도 함께 했어요  :)
서우봉 진지 순례에 동네 강아지 '레이'도 함께 했어요 :)

일제 강점기와 제주 4·3을 연이어 겪은 제주는 격동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제주를 진정한 의미의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그 역사를 후대에게 물려주지 않는 것, 전쟁 반대의 이름으로 평화에게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요?

제주4·3이 진정한 평화, 통일, 인권의 상징이 될 수 있길 꿈꿉니다.
제주4·3이 진정한 평화, 통일, 인권의 상징이 될 수 있길 꿈꿉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제주가 평화의 섬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제주는 '흔들리는 섬'입니다. 국가권력은 지역 주민과 국민들의 여론을 거슬러 강정 해군기지를 건설했습니다. 미 해군이 대한민국 영토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성산에 제2공항을 짓겠다고 하네요. 제2공항이 건설되면 공군 탐색구조부대가 제주에 들어섭니다.

제2공항 연계 공군기지 추진 '사실로'...제주도정만 몰랐나

헤드라인제주 /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계획대로...제2공항내 설치 검토"

제주에는 일본 제국주의와 제주4·3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습니다.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당사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돌아가신 4·3 수형인들의 명예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70여년 전 제주 사람들을 잔혹하게 괴롭혔던 서북청년단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성주에도 같은 이름을 한 보수단체가 나타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괴롭혔습니다.

서북청년단 인분 뿌리고 욕하는데, KBS‧MBC '무보도'

프레시안 / [KBS‧MBC 피해자 증언대회] ⑤ 사드 관련 피해 증언

또 제주4·3 당시 대한민국 국군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던 미국은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여전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제주4.3은 미국이 떨어뜨린 세 번째 원폭...사과해야”

제주의소리

4·3 당시 제주도민들에 대한 진압을 거부했던 여수 제14연대 부대원들이 일으킨 항쟁. 여순항쟁은 아직도 국가의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남아있습니다.

“여순사건 71년 … 진상규명 위한 특별법 올해는 꼭 제정돼야”

광주일보 / [특별법 제정운동 주역 이영일 여수지역사회연구소장]

얼마 전, 수형인 생존자들께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난 후에도 울분을 삭히지 못하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픔은 강요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아픔은 강요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아픔은 강요로 용서되거나 치유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로만 가능하겠지요.

​4·3평화공원 전시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져 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제주4·3을 통해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잊지 않겠습니다. 제주4·3을 통해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끊임 없이 4·3을 기억하는 일이겠지요.

4·3을 기억하다보면 그 안에 여순항쟁이 있고, 강정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푸는 것은 4·3의 이름을 바로 세우는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주4·3을 기억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 현재 진행 중인 수많은 4·3들과 연대하는 일. 그 길에 제주다크투어가 함께 하겠습니다.

4·3평화공원 위령비앞에 활동가들과 참가자들이 서서 희생자들의 해원을 빌었습니다.
4·3평화공원 위령비앞에 활동가들과 참가자들이 서서 희생자들의 해원을 빌었습니다.
이번 기행을 끝으로 2019년 신입 활동가 교육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함께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해주신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국, 교육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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