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크투어에서 4월 28일부터 격주 화요일 18시 5분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를 통해 제주4·3 역사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주다크투어는 <드라마틱한 제주이야기>에서 유명 관광지, 소설이나 영화를 중심으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4·3 역사를 소개합니다. 4·3역사에 대한 내용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와 <4·3은 말한다>, <제주4·3유적>에 나오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달하는 것이고, 현지 유적지 관리실태에 대한 내용은 제주다크투어에서 직접 발행한 <다시 쓰는 제주 100년의 역사> 제주지역 다크투어 유적지 국·영문 안내판 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내용을 정리해 전달해드립니다.
많은 청취 부탁드리며, 격주 화요일 18시 5분 라디오 주파수 FM 제주시 97.9MHz, 서귀포 97.1MHz에서 만나요!
Q. 오늘은 문학작품을 통해 제주4․3의 역사도 알아가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공간과 비슷한 역사현장도 소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 제주4․3 역사와 함께 다룰 문학작품은 어떤 작품이죠?
A. 2024년 10월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작가의 가장 최근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2021년)를 통해 제주4․3의 역사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Q.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탄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년이 다되어 가는 군요. 당시 최초의 아시아 여성 작가 수상자이기도 했고, 예상치 못했던 수상이었는데요. 한강 작가가 제주4․3을 소재로 소설을 쓴 작품인가요?
A. 맞습니다. 2021년에 출판되었는데요. 친구사이인 소설작가 경하와 제주출신 친구 인선 그리고 인선의 어머니인 강정심, 세 여성이 중심되어 제주4․3의 역사를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며 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기존에 제주4․3을 다룬 소설들이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이 되어 왔던 반면에, 이 소설은 4․3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중점으로 다룬 부분이 특징입니다.
Q. 관련해서 제주다크투어에서도 「작별하지 않는다」와 연계한 투어프로그램으로 지난 해 아주 바쁘게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A. 네. 아직도 제주4․3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작별하지 않는다」가 많이 읽히면서 소설 속에 장소와 유사한 역사현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주작가회의의 도움을 받아 <작별하지 않는 다크투어> 프로그램을 시작했구요. 놀랍게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투어신청이 있었습니다.
Q. 그럼 오늘 <작별하지 않는 다크투어>의 내용을 소개해주시는 건가요?
A. 네. 제주4․3의 역사도 어렵지만, 소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들이 제법 있습니다. 오늘 짧은 시간이지만 저희 투어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장소도 알려드릴테니 방문해보시고 소설을 읽어보시면 소설을 더 풍부하게 읽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그럼 본격적으로 소설 속 4․3 이야기를 해볼까요? 소설의 첫 번째 장은 경하라는 작가가 친구 인선의 부탁을 받고 서울에서 제주도로 급하게 내려가면서 시작되죠?
A. 네. 목공작업을 하다가 손가락이 잘려 급히 서울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게 된 인선의 부탁으로 급히 제주도로 내려가고, 늦은 밤 눈보라를 헤치며 인선이 살던 ‘P읍 세천리 한지내’라는 마을을 찾아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Q.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경하가 찾아가는 인선의 동네‘P읍 세천리 한지내’가 어디일까 궁금했습니다.
A. 소설이니까 작가가 상상해서 만든 가상의 마을일 텐데요. 그래도 비슷한 곳을 추정해보자면, P읍은 ‘표선면’, 세천리는 표선면에 실제 ‘세화리’와 ‘하천리’가 있어 한글자씩 따온 것이라 추리해봤구요. 인선이 살던 자연마을인 ‘한지내’는 표선리에 ‘한지동’이라는 마을이 실제 있어서. 작가가 이 일대의 지명을 참고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Q. 굉장히 비슷하네요. <작별하지 않는 다크투어>의 첫 장소도 ‘한지내’인가요?
A. ‘한지내’를 대신해 표선면 가시리에 ‘새가름’이라는 잃어버린 마을을 소개해드립니다. 1948년 10월부터 제주4․3 초토화기간에 군경 토벌대가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집들을 모두 불태운 후, 재건되지 못한 마을을 일컬어 ‘잃어버린 마을’이라고 하는데요. 가시리 새가름도 4․3때 불타 폐촌이 됐다가 이후 2가구 정도 돌아와 살았는데, 결국 그들도 떠나면서 잃어버린 마을이 된 것이라 소설 속 인선과 어머니 정심이 남아 살떤 외딴 마을과 비슷하여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 건천 하나를 건너면, 인선의 부친이 살던 잃어버린 마을이 나온다고 묘사되어 있는데요. 실제로 새가름 옆 가시천을 건너면 ‘종서물’이라는 잃어버린 마을이 나옵니다. 이런 부분이 유사하여 가시리 잃어버린 마을 ‘새가름’과 ‘종서물’을 찾고 있습니다.
Q. 근데, 잃어버린 마을 대부분이 밭아나 과수원으로 개간돼서 따로 표식이 없으면, 흔적을 찾기가 어렵던데요.
A. 그래서 저희가 잃어버린 마을에 가면 꼭 찾는 식물이 있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Q. 잘 모르겠는데, 뭔가요?
A. 의외죠. 어떻게 대나무가 마을의 흔적일지. 저도 마을 어른들께 들어서 알게 되었는데요. 예전에는 간단한 생필품(바구니, 구덕 등)은 얇은 대나무를 엮어서 사용했다고 해요. 그래서 집과 집 사이, 집 근처에 꼭 대나무를 심어 유용하게 썼다고 해요. 4․3때 마을의 집들은 모두 불타 없어지고 밭으로 개간되며 사라졌지만 이 대나무가 생명력이 강해서 여전히 사람이 살았던 집터로 추정할 수 있도록 중요한 표식으로 중산간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도 자세히 보시면 대나무가 자주 등장합니다.
혹시 집터 흔적이 좀 남아 있는 잃어버린 마을을 가보고 싶은 분들은 화북동의 ‘곤을동’이나, 조천 와산리의 ‘종남마을’을 추천드립니다.
Q. 그렇군요. 또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장소가 있는데요. 인선의 어머니인, 정심과 정심의 언니가 토벌대에 총살된 부모님의 시신을 찾으러 갔던 학교 운동장이 자주 등장해요. 혹시 이곳과 관련한 유적지도 있나요?
A. 저희가 표선면 가시리를 갔다가 다음으로 가는 장소가 ‘표선초등학교’입니다. 1909년에 설립되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인데요. 소설처럼 이곳 학교운동장에서 학살이 있지는 않았지만 토벌대가 산남지역 일대 도피자가족 등 주민들을 가뒀던 수용소이기도 하고, 군 주둔지이기도 해 이곳을 찾습니다. 비슷한 역사현장으로 조천읍 북촌초등학교가 있습니다.
Q. 표선초를 찾는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구요?
A. 1950년 7월 14일, 그러니까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주도에 주둔했던 군인들도 급히 육지부로 빠져나간 후였던 것 같아요.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가져가지 않은 폭발물을 아이들이 돌로 내리치며 장난치던 중 터져 30여 명의 초등학생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었습니다.
이 안타까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당시 포탄이 폭발했던 장소에 2015년 총동문회와 4․3희생자유족회가 위령탑을 세웠습니다.
Q. 참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네요. 당시 군부대의 부주의함에 대해 조사가 필요해 보이는데요. 진상조사나 피해보상이 이루어졌나요?
A. <4․3특별법> 상으로 4․3기간에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인데요. 어떠한 진상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구요. 폭발사고 희생자 누구도 제주4․3희생자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Q. 70년도 더 지난 참사인데, 아직도 제대로 조사조차 이루어지 못하니 책임자 처벌도 없었겠군요. 4․3은 정말 많은 아픔을 담고 있는 역사라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이어서 소설 속에서 정심이 모아놓은 여러 증언 자료 중에 ‘모살왓’이라고 주민들을 집단학살했던 모래사장이 등장합니다. 혹시 이곳도 실제 역사현장이 있나요?
A. 표선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깊고 하얀 모래사장이 보이는데요. 표선해수욕장입니다. 옛 지명은 표선 한모살, 당캐라고도 하는데요. 실제로 이곳도 4․3때 표선면, 주변 읍면의 주민들까지 잡혀와 학살당했던 장소였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토벌대는 도피자가족 등을 표선국민학교에 수용했다가 조사나 고문을 거쳐 학교 건너편 모래사장으로 끌고가 수시로 총살이 있었다고 합니다.
Q. 지난주에는 정방폭포 일대가 산남지역 최대 학살터였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표선해수욕장도 마찬가지인가요?
A. 네. 역시나 당시 토벌대의 총살은 불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차원, 효율성, 그리고 유가족이 영원히 유해를 찾을 수 없도록 하는 차원에서 표선해수욕장뿐 아니라 함덕해수욕장, 월정리, 성산 터진목 등이 제주4․3의 대표적인 학살공간이 됩니다.
Q. 이밖에도 소설에 묘사되거나 비슷한 역사현장이 더 있나요?
A. 소설의 실질적 주인공인 정심이 죽기 전까지 찾으려했던 오라버니가 수용되었던 주정공장과 오라버니가 매장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여 정심이 찾아갔던 제주국제공항 활주로가 있습니다.
건입동 제주항 뒤편에 주정공장 옛터가 있고, 그곳에 지금은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이 건립되어 주정공장이 설립된 일제강점기부터 4․3시기의 역사까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주정공장에 수용되었던 사람들 중에는 지금의 제주국제공항인 정뜨르비행장 활주로 인근에서 집단학살 및 매장됐고, 일부는 제주항 배에 실려 육지 형무소로 보내졌거나 바다에 수장학살 당했습니다. 두 곳 모두 옛 모습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주정공장은 역사관을 가보시면 도움이 되고요. 제주공항 활주로는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유해)봉안관’에 가면 2007-2009년까지 진행되었던 공항 활주로 일대 유해발굴 현장 일부가 재현되어 있어 이곳을 추천 드립니다.
책에서 제법 비중 있게 다루는 곳이 소설 속 정심의 오라버니가 제주공항 말고 암매장 당했을 것이라 생각되어 정심이 찾아갔던 경산 코발트 광산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실제로 이곳에서 유해발굴이 진행되어 올해 초 4․3희생자 첫 유해가 확인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곳도 광산입구까지는 접근가능하도록 공원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찾아가보실 수 있습니다.
Q. 저도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유적지들이 떠오르긴 했는데, 오늘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오늘 언급해주신 유적지를 가보고 싶고, 기회가 되면 투어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의미있는 시간일 것 같아요. 혹시 기억에 남는 참여자가 있었나요?
A. 저희 단체 후원회원이셨던 분이 표선이 고향이라며 투어에 참여하셨는데, 표선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며 기억을 공유해주셨어요. 표선해수욕장 근처에 민속촌이 있죠. 그곳을 건립하기 위해서 모래사장 일대 공사를 했는데, 어릴 적 기억에 공사 중에 뼈들이 나와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고 하셨어요.
마침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한강 작가의 꿈이 있는데, 그 내용도 바닷가 모래사장에 많은 무덤이 있고, 무덤들이 바닷물에 쓸려 뼈들이 보이는 장면이에요. 회원분께서는 어릴때라 그 뼈를 장난감이라 생각하고 다가가려고 하니 부모님이 말렸던 기억이 있다고 하셨어요. 이상하잖아요. 왜 모래사장에서 뼈들이 나왔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혹시 표선 한모살에서 총살당한 사람들 중에 시신이 남았는데, 가족들이 찾아가지 않은 유해는 주민들이 근처 모래사장에 묻어주지 않았을까 그런 추측 해봅니다.
오늘 이렇게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제주4․3 역사와 유적지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제주4․3의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70년 후 지금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우리가 ‘어떻게’제주4․3을 기억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문학작품과 여행의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제주다크투어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구요. 다음 시간에 제주4․3 관련 <드라마틱한 제주이야기>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