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나에게 제주 가는 일은 늘 즐거운 추억이다. ‘환상의 섬 제주’ 내겐 늘 제주는 아름답고, 날씨 좋고, 바다 좋은 휴양지! 내겐 그랬다.
민주노총에서 4·3항쟁 기행을 보내준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놀러 가는 기분이었다. ‘제주’이니까….
공항에 도착해서 맛집을 찾아 맛있는 걸 먹고 제주의 공기를 느끼는 것도 잠시!
역사 기행의 첫 시작은 제주 4·3 평화공원이었다.
비바람을 맞으며 우비를 입고 추위에 떨며 장소에 가는 것이 너무나 고통처럼 느꼈다는 게 부끄러울 만큼 그 안에는 검은 돌로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이 빼곡했다.
하나하나 눈으로 따라가다 보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추모관에 들어가니 4·3사건의 전개 과정이 생생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무고한 제주 사람들이 학살당한 기록들…. 나는 전라도 사람이라 5.18에 대한 역사와 그것으로 인해 항쟁 정신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왜 4·3항쟁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내 나이 50까지 살아왔을까, 참으로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잠시나마 숨을 고르며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운 사람인 것을 깨닫고 이번 기행을 다시 시작하였다.
평화공원을 뒤로하고 곤을동 마을 터로 향했다. 이곳은 4·3사건 당시 불태워진 후 끝내 재건되지 못한 마을이었다. 이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뛰어놀던 아이들과 농사를 짓고 살던 그분들의 숨결이 땅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불타 없어진 마을 터를 보니 참 맘이 먹먹하고 검은색 현무암으로 경계를 나눈 풍경은 정겹고 아름다웠다.
2일 차 섯알오름 일대- 학살의 현장으로….
섯알오름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오름처럼 보였지만 이곳은 4·3 당시 무고한 민간인들이 처형당한 학살 터였다. 올라가는 길 내내 바람이 불어와 춥기도 하고 마음마저 무거웠다. 내용을 알고 오르는 길에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모른다.
제주 여행을 오면 이곳을 선택해서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뜻깊은 역사 기행은 내 인생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섯알오름은 제주 4·3사건의 가장 참혹한 현장 중의 하나로 수많은 주민이 희생되었다. 당시의 비극을 기록한 안내판과 추모비를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아픔들을 돌아보며 평화의 소중함을 느껴 볼 수 있었다.
제주에는 ‘백조일손’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를 잃은 백 명의 자식과 자식을 잃은 백 명의 부모를 의미한다. 백조일손지지는 바로 그들을 기리는 장소였다.
이곳에 묻힌 사람들은 한날한시에 희생당했지만, 가족이 없어 오랫동안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고 한다. 한 가족이 함께 묻히는 것이 아닌 ‘일손(한 줄기 피)’이 되어버린 비극적인 현실이 참 저 사람들(이승만과 친일파들 그리고 미군정) 정말 대단하다~(비꼬는 말투이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경멸스럽고 너무 어처구니없는 이 나라의 통치자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 희생하였다는 게 화나고 슬펐다.
아~~~ 더 가슴이 미워 오는 곳에 다다른다.
큰넓궤-숨죽인 피난처이다.
4·3 사건 당시 마을을 떠나 도망친 이들이 몸을 숨겼던 동굴, 큰넓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습하고 바닥은 울퉁불퉁했고 이 작은 공간에서 수십 명이 서로 몸을 기댄 채 숨죽이며 살았던 것을 생각하니 더더욱 맘이 무거워진다.
밤이면 몰래 나가 먹을 것을 구했을 것이고 낮에는 들키지 않으려고 숨죽이고 살았지만 결국 이곳에서도 무차별한 학살이 이루어진다. 할 말이 없다. 정말….
저 작은 구멍 속으로 어떻게 들어가 살았을지 내가 저 때 태어났더라면 어땠을지….
지금의 나의 모습은 어떤지…. 다시 생각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굴속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 불을 지펴 연기를 마시게 하고 잔인하게 학살한 내 나라의 통치자!! 지금도 물론 그러한 통치자 아래에서 부정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지만 (지금 그 통치자는 4·3 참배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곧 탄핵당할 사람)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고 제주도민들의 항쟁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도 하나가 되어 민주주의, 평화를 수호하는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더욱 마음이 아팠던 곳-진아영 할머니 삶터이다.
할머니는 4·3 당시 모든 가족을 잃고 평생 남은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 할머니이다.
총에 맞아 턱이 없는 상태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 결코 축복이 아니었을 그녀의 삶이…. 너무나도 가슴 미어지게 아팠다.
이 여정을 마치고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아직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는 후손들 그리고 희생자들의 아픔은 진행 중이다.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비극을 기억하고 또다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나는 잊지 않을 것이며 모르고 있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이런 기행에 동참하여 역사를 함께 기리도록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주 4·3항쟁을 기리는 것이 단순한 기념이 아닌 민주노총의 활발한 참여와 소통의 장임을 다시 한번 경험 하게 되었다.
내가 민주노총의 일원임이 다시 한번 자랑스럽고 내가 전혀 모르고 살아왔던 이 기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신경 써주시고 챙겨주신 민주노총 경기지부 간부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