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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태풍이 막 제주도를 벗어난 2022년 9월 6일(화) 오전 10시 30분, 제주지방법원 형사4-2부는 제주4·3수형인희생자 30명에 대한 제1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망 김기선님의 아들 김00님의 고향은 서귀포시 남원읍으로 4·3 당시 7세였다고 합니다. 밭에서 가족들과 함께 일하던 와중에 갑자기 총소리가 들렸고, 도망가라는 할아버지의 다급한 말에 김00님은 동네 하천 바위 밑에 숨었다고 합니다. 군인들이 숨은 곳 근처까지 쫓아왔지만 다행히 발견하지 못해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군인들이 사라진 뒤 집으로 돌아갔으나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던 집은 이미 불에 타 완전히 잿더미로 변해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겨우 다른 집을 구해 살고 있었는데, 5~6명의 무장대가 “쌀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무장대는 쌀이 없다고 하니 할아버지를 마구 폭행했다고 했습니다. 토벌대에도 시달리고 무장대에게도 시달리는 등 곳곳에서 위협을 당해 결국 가족들은 집을 떠나 동네 바위틈에서 살았는데, 당시 토벌대는 남원읍 일대에서 “산에서 내려오라”고 선전했다고 합니다. 한 겨울에 먹을 것이 없자 가족 전체가 해안가로 내려갔고, 남원지서에서 하루를 보낸 뒤 서귀포로 옮겨졌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귀포 부둣가에서 아버지는 영문도 모른채 군경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알았다고 습니다. 게다가 남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굶어 죽었고, 조부모는 4·3을 겪은 뒤 모두 병환으로 생사를 달리했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여동생마저 1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가 있느냐. 사람이 할 일이냐. 할 말이 정말 많지만,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다" 라며 진술을 끝내셨습니다.

망 양치백님의 조카 양00씨는 고모님들의 4.3 때 이야기를 들으면, 차마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정부가 저질렀고, 우리가 그 당시에 왜 이런 세상을 살았나 싶을 수준이어었다고 했습니다. 4·3 당시에는 한 마다만 말을 잘못하면 쇠고랑을 차는 세상이었다며, 실제로 경찰이 늘 쫓아 다니고,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지 녹취하고 다녔던 세상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재심재판을 통해 유족들이 편하게 진술할 수 있다는 게 된 것에 격세지감을 느끼시는 듯 했습니다. 그는 진술을 마무리하며, 재판장에게 요청할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금년에도 본인이 아는 몇 명의 유족이나 생존희생자들이 세상을 떠났다며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합동수행단)의 인원을 늘려서라도 하루빨리 남은 수형인희생자들의 무죄판결 받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청을 들은 장찬수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검찰에 합동수행단의 인력을 늘려달라는 요청은 할 수 있으나 요구할 수는 없다며, 유족들이 법무부 장관에서 직접 탄원을 해볼 것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망 고병호님의 동생 고00씨는 남원중학원을 다니다 희생된 형님과 10살 차이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서 쉬고 있는데, 구장댁에서 형님을 데리고 가면서 집을 떠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남원지서에서 구속시켰다가 며칠 후 서귀포를 거쳐서 제주시로 옮겼다는 소식 이후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1년 후에 인천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엽서가 와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엽서에는 무사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며 가족의 안부를 묻고, 속내의와 책을 보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형님은 그 후로 행방불명 되었다고 하네요. 1950년부터는 사망신고를 하고 형의 생일에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장 부장판사는 무죄선고 후에 합동수행단의 노고를 언급하며, 경찰에서 합동수행단으로 파견근무하고 있는 안00경위에게 업무에 대한 소회를 밝혀달라고 했습니다.
안경위는 재심 업무를 하면서 유가족들이 지난 70년 동안 겪었을 슬픔과 고통의 세월을 넘어 무죄선고가 되는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누가 되지 않도록 맡은 업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고충으로는 유가족들께 재심 진행을 위해 전화를 드리는 데, 전화를 받지 못해 재심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있고, 모든 유족들에게 일일이 전화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오후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청구된 고 김영창 등 68명의 재심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7월 26일 진행된 마지막 심문기일에는 검찰이 68명 중 4명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증인심문을 진행하는 등 '사상검증'의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검찰은 이번 4·3재심을 '단순한 요식 행위'로 평가받지 않도록 기존의 희생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 제기한 4명 모두 국무총리 산하 4·3중앙위원회가 헌재의 의견을 존중하여 일부를 제외하기로 한 기준을 적용하여 심의를 받아 희생자로 결정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근거 없는 자료나 주장에 의해 이들을 검찰이나 법원이 다시 희생자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입법기관과 행정기관의 권한을 침범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법무부 장관이 일반재판 수형인 희생자에 대해서도 직권재심으로 확대하자는 취지의 정책 검토를 요청한 상황에서 제주지방검찰청의 이러한 행태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관련기사] 검찰-변호인 작심 비판한 제주4.3 재심 재판부 “모두 법 앞에 평등해”

제주의 소리, 이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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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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