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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토) 송령이골 벌초를 위해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지난 8월 15일(토) 송령이골 벌초를 위해 많은 분들이 모였습니다

제주다크투어 활동가들은 지난 8월 15일(토)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에 있는 송령이골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1949년 1월 12일 의귀국민학교 교전에서 사망한 인민유격대의 시신이 집단 매장된 곳입니다. 이 날 군인 4명이 전사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인민유격대가 교전 중 사망했습니다. 이들의 시신은 학교 옆에 방치됐다가 나중에 이 곳 송령이골로 옮겨져 집단 매장됐습니다.

인민유격대의 시신이 묻혀 있는 곳으로 알려진 유일한 유적지인 이 곳은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2004년 5월, 생명평화 탁발순례단(단장 도법스님)이 이 곳을 찾아 벌초를 하고 표지판을 세웠습니다. 표지판은 세월의 흔적으로 빛이 바랬습니다. 그렇지만 이후 매년 8월 15일이면 4·3항쟁을 기억하는 제주지역 시민사회활동가들과 문화예술인들이 벌초를 해오고 있습니다. 제주다크투어도 단체가 설립한 2018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벌초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의 날씨였지만 참가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잡초가 무성했던 송령이골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모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정성을 다해 벌초에 임했습니다. 누군가 낫과 예초기로 풀을 베어놓으면 또 다른 누군가는 풀을 모아 한곳에 정리했습니다. 여느 성묘의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아, 혹시 알고 계셨나요? 제주에는 벌초방학(성묘방학)이 따로 있다는 것을 말이죠. 이날만은 고사리손 아이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어른들이 베어낸 풀들을 날랐습니다. 최근에는 예전처럼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가고 있긴 하지만요.

제주에서는 벌초를 하지 않는 것을 큰 불효로 여겼다고 합니다. ‘식게 안 한 건 몰라도, 소분 안 한 건 놈이 안다’(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하지 않은 것은 남이 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니까요.

벌초를 마치고는 참석자들 모두가 조금씩 준비해 가져온 제사 음식과 술을 제상에 올렸습니다. 각자 준비해올 수 있을 만큼 소박하게 가져왔을 뿐인데 모두 풀어내보니 제물들이 푸짐합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런데 쓰는 걸까요. 자리에 함께 한 모두가 잊혀진 죽음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습니다.

같은 날, 조천체육관에서는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 몇몇은 달고 있던 4·3배지를 떼어냈습니다. 그리고는 "경축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아 4·3 배지를 달지 않았다"는 궁색한 변명만 남겼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았지만 완전한 해방은 아니었습니다. "분단 반대, 단독정부 수립 반대"를 외치며 국가권력에 저항한 제주도민들의 열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들의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건국 반대’가 아니라 이 땅의 평화를 위한 열망이었다는 것을. 왜 보려하지 않는 것일까요.

잊혀진 죽음이 잊혀지지 않도록, 저희가 기억해 나가겠습니다.

잊혀진 죽음이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해 나가겠습니다.
잊혀진 죽음이 잊혀지지 않도록, 기억해 나가겠습니다

유적지 <송령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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