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대만 2·28이 발생한 지 79주기를 맞이했다.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 4·3 국제네트워크’는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스러져간 대만의 수많은 희생자를 가슴 깊이 애도한다. 아울러 뼈아픈 고통과 슬픔의 세월 속에서도 진상규명을 향한 끈을 놓지 않은 유가족, 그리고 대만 시민사회에 뜨거운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뜻을 보낸다.
1947년의 2·28은 당시 부패한 권력의 수탈과 억압에 맞서 대만 민중들이 인간의 존엄과 자치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의로운 항쟁이었다. 이는 자주적 독립과 통일 국가 수립을 열망했던 제주도민들의 외침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제주 4·3의 비극처럼 대만에서도 민중의 정당한 요구가 무자비한 학살로 짓밟혔고, 이후 38년이라는 세계 최장 계엄령의 침묵 속에 갇혀야 했다.
최근 대만 사회는 과거사 청산을 실현하고자 '백색테러' 시대의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제도적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정치기록물법' 개정을 통해 권위주의 시기 문서들의 대대적인 기밀 해제에 돌입했으며, 독재의 상징물을 걷어내는 조치 역시 중단 없이 추진 중이다. 제주 4·3 또한 기나긴 투쟁을 통해 국가폭력의 상흔을 치유하는 길을 쉼 없이 개척해 왔다. 이렇게 맞닿아 있는 두 역사의 발걸음은 미완의 과거사 청산을 위해 서로에게 든든한 용기가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위로하는 데 머물 수 없는 엄중한 시대적 위기 앞에 서 있다.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과 신냉전 구도 속에서 동아시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권위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깨어있는 시민들의 저항과 연대 또한 결코 멈추지 않는다. 최근 한국에서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시도가 있었으나, 위대한 시민들의 힘으로 이를 단호히 물리치고 그 잔재를 청산해 나가는 역사적 과정에 있다.
제주 4·3과 대만 2·28은 슬픔의 역사를 넘어, 동아시아의 인권과 평화를 밝히는 굳건한 이정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두 나라 모두 아직 과거사 청산이라는 숙제를 온전히 끝맺지 못한 만큼, 우리는 국경과 바다를 넘어 끝까지 손을 맞잡을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야만적인 국가폭력과 계엄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길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나설 것이다.
다시 한번 대만 2·28사건 희생자 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진실과 정의를 쟁취하기 위해 나아가는 대만 시민들의 담대한 여정에,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 4·3 국제네트워크가 언제나 든든한 연대의 동반자로 함께할 것이다.
2026년 2월 28일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 4·3 국제네트워크
제주4·3희생자유족회/(사)제주4·3범국민위원회/재일본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재미4·3기념사업·유족회/(사)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대만제주4·3동지회/제주4·3을생각하는모임오사카
국내외 연대활동
[추모성명] 비극의 바다를 건너 평화의 이정표로- 대만 2·28 항쟁 79주기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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