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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5. 대전 골령골에서 확인된 4·3희생자의 유해 봉환식이 열린 북촌포구.
2023.10.05. 대전 골령골에서 확인된 4·3희생자의 유해 봉환식이 열린 북촌포구.

74년만에 행방불명 되었던 故 김한홍님이 대전 골령골에 묻혀있다가 3년에 걸친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가 살던 집은 없어졌고, 그의 자녀들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 며느리와 손자녀만이 북촌포구에서 오래전 이별했던 가족을 맞이했다.

유해가 발견된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군과 경찰에 의해 최소 1800명, 최대 7000명의 민간인들이 불법적으로 학살되었다. 제주4·3으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희생된 사람도 3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주다크투어는 2020년부터 청주 여우골을 시작으로 매년 대전 산내 골령골을 찾아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 자원봉사에 참여해왔다. 제주도에서 대전 골령골을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곳에서 발굴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전쟁의 피해자들과 제주4·3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반갑고 기다려지는 길일 것이다. 실제 발굴현장은 제주에서 진행되었던 어느 유해발굴 현장보다 규모가 컸고, 발굴된 유해도 많았다. 이 중요한 역사적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이었고, 이번 유해발굴이 한국전쟁과 제주4·3의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회복에 역할을 하길 기대했다.

골령골에서는 지금까지 1,441구의 유해가 발굴되었다.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유해발굴이 마무리된 관련 피해자 유족들이 기다리는 후속 절차는 유해의 주인을 찾기 위한 유전자 감식이다. 한국전쟁 피해자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 예산이 필요했지만, 지난해 국회에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이후 행정안전부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산내유족회 등과 협의를 거쳐 올해부터 200여구에 대해 시료 채취와 유전자 감식을 진행해왔다. 제주도와 4·3평화재단은 200구의 유해 중에 감식 가능성이 높은 상태의 2021년에 A구역에서 발굴한 70구를 대상으로 감식을 진행하였고, 故 김한홍의 유해를 확인했다.

그의 유해는 10월 4일 유족의 참석하에 세종 추모의 집에서 유해를 확인하고 화장을 진행했다. 10월 5일, 김씨의 유해는 청주공항을 출발하여 제주공항 통해 그의 고향이자 살던 곳인 북촌포구로 이동했다. 포구 앞 마당에 마련된 '4·3희생자 유해 봉안식' 봉행하고, 그가 살던 집터와 주변을 유해와 함께 돌아보는 노제를 진행했다. 이후에 유해는 제주 4·3평화공원 내의 유해봉안관에 모셔졌고, 재단은 공원 교육센터에서 ' 4·3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를 통해 신원확인의 경과, 추도사, 유족 인사말, 김씨의 행방불명 경위에 대한 보고가 진행되었다.

보고회 자료에 따르면, 故 김한홍은 북촌리 출신으로 4·3이 발발하고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숨어 지내다가 1949년 1월 말경 자수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소문을 듣고 자수한다. 그는 이후 제주항 주정공장에 수용되었고, 이곳으로 모친이 면회를 가기도 했다으나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되어 소식이 묘연하였다고 한다. 국가기록원에서 발견된 수형인명부에는 1949년 7월 4일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징역 7년형을 받고 대전형무소에 복역중이었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1950년 7월 즈음에 집단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회에 참석한 유족 대표인 고인의 며느리 백여옥(82)씨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소감을 밝혔다. 이들 가족이 겪어야 했던 4·3의 아픔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고인의 며느리의 친부 또한 4·3 희생자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지만 여전히 행방불명이며, 대부분의 가족들이 북촌 대학살때 토벌대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한다. 故 김한홍의 아들은 뇌졸증으로 오랜기간 병환에 시달리다가 이런 좋은 날을 맞이 하지 못하고 3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 했다. 故 김한홍의 경우, 지난 8월 29일, 유족의 재심신청으로 재판을 받고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대전 골령골에서의 제주4·3희생자 신원확인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유전자 감식이 더욱 확대되야 하는 매우 극명한 사례이다. 과거 국가폭력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학살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자명하다. 유해를 발굴하고, 유해의 이름을 되찾아주고, 남아있는 유족에게 유해를 전하는 것이 그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데 가장 필요한 조치이다. 정부차원의 충분한 예산확보를 통해 대전뿐 아니라 전국의 한국전쟁 집단학살 현장 대한 유해 발굴과 유전자 감식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골령골의 경우 이번에 4·3희생자가 발견된 A구역에 대한 우선적인 유전자 감식이 필요하다. 유해발굴 당시에도 다른 구역에서는 민간인의 흔적이 다수 발견되었으나, A구역에서는 제주도민일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전쟁이라는 혼란의 역사에서 이념의 대립, 패권국가 간의 힘겨루기에 죽임당했던 사람들에 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군과 경찰, 정부 뿐 아니라 미군의 책임 또한 분명히 물어야한다.


제주4·3희생자이신 故 김한홍님의 명복을 빌며,
남겨진 유족들에게 이번 유해봉안으로 그간의 고통과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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